여행/멕시코

바깔라르(Bacalar) 1.

딩가딩가로아네 2023. 4. 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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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했던 나라들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야?"

이 질문에는 사실 어느 한 나라를 꼽기가 힘들다.

 

'가장 좋다.'라고 표현을 하려면 우선, -너무 이과적이어서 소름 돋지만- 여행에 있어서 '좋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의 정의를 내려야 하고, 그러려면 여행을 구성하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가보지 못했던 곳을 처음 다니면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곳에 가기까지의 교통편이 있을 것이고 -정확하게는 그곳까지 가기가 쉬운가 어려운가, 교통편의 가격은 얼마나 되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곳에서의 숙소,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들, 그리고 그곳에서 보고 즐겼던 것 정도가 있다.

 

어떤 곳은 음식이 맛있어서 좋았고, 어떤 곳은 자연환경이 아름다워서 좋았고, 어떤 곳에선 숙소가 좋았다. 

그래서 어느 한 곳을 가장 좋은 곳이라고 꼽기 힘든데, 처음 글을 쓰는 여행지로 멕시코 바깔라를 고른 이유는 최근 한 예능에 나와서다. 해외에서 식당을 열어 한국음식을 파는 그 예능. 좋은 부분을 고르자면 경치가 예뻐서. 일단 사진부터 보자.

 

바깔라르 숙소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전경

물색이 예술이다. 좀 더 크게 보자.

데크 뒤에서 보이는 호수

이것도 뭔가 좀 아쉽다. 그냥 저 물에 들어가자.

산호섬의 바닷물 같은 색의 호수

물색이 마치 산호섬 -몰디브나 타히티 같은- 의 바닷물 같은 에메랄드 색이다. 처음에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오는 색이다.

 

잠깐 위에 언급했던 예능 이야기를 하자면, 이 피디가 제작했던 프로그램들을 좋아했다. 좋아했던 이유가 한식을 만들어 현지인들이나 여행객들에게 파는 것만 방영하지 않고 출연진들이 현지를 여행하는 장면들도 나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지만 나는 '여행'에 초점을 두고 본 지라 현지 여행을 하는 느낌이 더 좋았다. 첫 번째 장소였던 인도네시아 발리의 길리섬도 그랬고, 두 번째 장소인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한 도시인 가라치코도 그랬다. '여행을 한다.'는 느낌이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바깔라르 편도 기대를 하고 봤는데, 그 부분이 편집이 되었는지 별로 나오지 않아서 참 아쉽다. 갔던 데를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니까.

 

내가 묵었던 숙소 사진을 봤으니까 숙소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일단 숙소 이름은 Blue Bird. 입구에서부터 파랑새가 눈에 띄는 숙소다.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첫 번째 사진이 보이는 모습이고, 뒤로 돌면,

Blue Bird, Bacalar

정면에 보이는 곳이 리셉션 겸 큰 테이블을 놓아서 대인원이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놨다. 음료 사 와서 냉장고를 썼던 기억이 난다. 이 숙소는 특이한 게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린 오두막도 있고 왼쪽 제일 앞처럼 텐트에서도 숙박할 수 있다. 텐트에서 숙박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도 있다. 샤워실이 대나무로 만들어져서 야외에서 씻는 느낌이 들었던 곳.

왼쪽 구석 대나무가 샤워실

이렇게 글을 남길 줄 생각 안 하고 여행했어서 사진이 구석구석 다 있지는 않다. 간혹 예쁜 숙소들은 있지만.

 

사진 왼쪽 구석에 대나무로 보이는 게 샤워실이다. 아랫부분은 가려져 있지만 위로 보면 대나무 틈새로 다 보일 듯 한 샤워실. 야외에서 샤워하는 느낌, 아무것도 안 입고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게 해 준다. 씻을 때 만이라도 자연인이 되어볼 수 있는 곳.

 

여행을 장기간 하게 되면 정해진 비용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아끼게 된다. 그게 이 숙소에서 우리가 묵었던 텐트.

나름 폼폼이로 장식 해놨네

이것이 그 텐트.

텐트 내부. 위 사진이랑 똑같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생겼다. 왼쪽부터 보면, 이때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트리 장식이 있다. 간단한 선반에 트리가 올라가 있고, 물놀이 도구나 짐 챙기는 가방도 있고 오른쪽에는 작은 테이블도 있다. 텐트 안에 선풍기가 있는데, 이 선풍기는 바람을 쐬기 위한 용도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선풍기의 역할은 내부의 열기를 밖으로 빼내는 것이다.

 

멕시코는 적도 부근의 위치해 있는 나라라 연교차가 거의 없고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 멕시코시티나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 같은 고도가 높은 지역-둘 다 해발 2000m가 넘는다. 우리나라 한라산보다 250m 이상 높다.-은 한낮에도 그리 덥지는 않은데, 칸쿤이나 플라야 델 카르멘 같은 곳은 한낮에 태양이 뜨거운 데다가 텐트가 온실역할을 해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넣으려고 텐트 입구를 열자 엄청난 열기가 튀어나왔다. 더우니까 바람 쐬라고 넣어놓은 선풍기를 우리는 문을 다 열어놓고 텐트 내부에서 외부로 바람이 나가게 해서 환기를 시켰다.

 

짐을 얼른 풀어놓고 숙소를 한바퀴 돌아봤다. 텐트는 더웠지만,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탈수 있는지 모르겠는 그네

탈 수 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나는 타지 않았다.- 그네도 있고,

해먹이 의자다.

의자로 앉을 수 있는 헤먹-이건 앉아봤다.-이 있고,

부처님은 저기에 왜 계시는지?

야외 테이블과 의자도 있고,

카약과 패들보드

카약과 패들보드도 있다.

 

이 숙소에서는 카약과 패들보드를 무료로 빌려줬다. 바깔라르에서 중심가 쪽에 있는 숙소들은 거의 대부분 유로로 빌려줬는데 이 숙소는 위치가 버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야만 올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카약과 패들보드를 무료로 빌려줬다. 여기서 지낸 후 센뜨로 쪽 숙소에서 더 머물게 되는데, 거기에선 유료였다.

 

숙소 구경을 잠깐 하고 옆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이 지는 숙소도 참 예뻤다.

바깔라르의 노을

 

나는 개인적으로 미세먼지가 없을수록 노을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나 중국을 제외하곤 미세먼지가 있는 나라가 드물다. 인도 정도? 칠레의 산티아고 데 칠레가 지리적인 이유로 미세먼지가 좀 있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노을이 좀 예쁘다 싶은 날은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다. 물론 흐리냐 맑냐 구름이 얼마큼 있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멕시코에는 물론 미세먼지가 없고, 그래서 노을이 예쁘다. 노을을 보려고 앉아서 하늘을 본 날도 많다.

바깔라르의 밤하늘

그래서 구름이 없다면 별도 잘 보인다. 사진이라서 눈으로 보는 것 보다는 더 많이 보이지만 맨눈으로도 많이 보인다.

 

바람이 불어 밤에는 좀 추웠지만 노을도 예쁘고 별도 많이 보여서 참 좋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와는 다르게 한밤중에 비바람이 쳐서 잠을 잘 못 잤던 기억도 난다. 바람에 텐트가 펄럭거리는 소리, 비가 텐트에 떨어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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