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쿠바 등등 중남미 이야기들을 많이 했으니 이제 다른 대륙 국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서유럽이나 중부유럽-유럽을 나누기는 참 애매하지만-은 많이들 가는 곳이라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그리고 동유럽을 위주로 갔다.-, 코카서스 3국 중 한 곳인 조지아(Georgia) 이야기를 해야겠다.
조지아(Georgia)는 서아시아와 동유럽에 걸쳐져 있으며, 역사, 종교, 인종적으로는 유럽에 가깝기 때문에 동유럽에 속하지만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에 해당하는 영토가 더 많기 때문에 서아시아로 분류되기도 한다. 튀르키예(Türkiye)의 동쪽에서 흑해를 끼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가 맞는 듯하다. 조지아(Georgia)는 북쪽에 캅카스 산맥을 두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코카서스 3국이라고 불린다. 2010년 이전 우리나라에서 '그루지야'로 불렸던 그 나라다. 그 이후부터 '조지아'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주(state)중 하나인 조지아 주(Georgia state)와 철자도 같고 발음도 같기 때문에, "나 조지아 여행 갔다 왔어."라고 하면 "미국에 갔다 왔구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조지아 커피'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커피의 조지아는 미국의 조지아주를 말하는 것이고 코카서스 3국의 조지아는 아니다.
우리 부부는 이탈리아 베로나(Verona)에서 오페라 축제를 즐기고 로마(Roma)로 돌아와서 비행기를 타고 조지아로 들어왔다. 가장 처음 들어온 도시는 쿠타이시였다. 비행기 가격이 저렴해서 이 도시로 들어왔고, 새벽 비행기여서 더 쌌다. 메스티아(Mestia)는 조지아 여행에서 네 번째 도시였다. 쿠타이시에서 조지아 지방 소도시를 경험하고, 수도인 트빌리시로 와서 조지아 대도시를 구경한 후에, 스테파츠민다-조지아어로 발음한 이름이고, 러시아어로는 카즈베기-를 가서 조지아의 코카서스 산을 좀 타고나서 온 마을이다.
조지아(Georgia) 여행을 이야기하면서 메스티아를 가장 먼저 이야기 한 이유는 산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출발지와 돌아 내려온 곳의 고도 차이가 1km가 훌쩍 넘을 정도로 엄청 높게 올라가야 했는데, 경사가 매우 급하다. 마을을 둘러싼 산이 완만하지 않고, 마치 큰 계곡 같은 느낌으로 높게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 그만큼 올라갔을 때 보이는 경치가 좋았다. 조지아 음식이 그때 당시에는 좀 맞지 않았어서 더 힘들었는데, 입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입맛이 바뀌어서 현지 음식이 입맛에 맞거나, 아니면 음식을 싸간다면- 등산 때문에 조지아는 한 번 더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나라다.
우리 부부는 트빌리시(Tbilisi)에서 기차를 타고 주그디디로 갔다가 택시를 타고 메스티아(Mestia)에 도착했다. 원래는 마슈로카-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합승 버스, 미니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를 타려고 했는데, 주그디디 기차역에서 내려서 마슈로카 정류장에 갔다가 택시 기사의 호객에 이끌려서 나쁘지 않은 가격에 탔다. 구불구불 산길에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은 길들을 지나서 메스티아(Mestia)에 도착했다. 조지아(Georgia)가 대중교통이 수도인 트빌리시에 지하철이 있는 것 말고는 발달하지 않았다. 연관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로도 잘 닦이지 않았다. 산에 위치한 도시들이 많아서인지 도심지 아니고서는 아스팔트가 깔려있지 않다. 그래서 조지아(Georgia)에서는 산길을 달리는 게 조금 무섭다. 아스팔트도 깔리지 않았으니 가드레일도 설치되어있지 않은 곳이 거의 대부분이다. 메스티아(Mestia)에 도착한 첫날은 식당에서 밥 먹고 동네를 둘러보았다. 식당은 마을에서 평점이 가장 높았던 Cafe Laila.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식당이라 한국인 후기도 많다.
조지아에서 맛있는 음식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인 배사이다이다. 탄산음료라 음식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맛있으니까. 맛은 우리나라의 갈아 만든 배랑 비슷하다. 그런데 지금 사진을 보면서 알았다. 이거 레모네이드다. 서양 배 그럼 위에 떡하니 Lemonade라고 적혀있네. 맛있으니까 상관없다. 조지아에서 음식점에 가서 음식 먹을 때마다 배사이다는 꼭 주문해서 먹고 숙소에서도 사다 놓고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이 음료가 맛있거나 조지아에도 맛있는 음식이 별로 없거나. 둘 중 하나.
술을 잘 못 먹는 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있다. 한국 맥주 말고 다른 나라 맥주는 다 맛있다. 사진에 잔이 너무 시원하게 나왔네.
조지아 음식 중 유명한 것들 중 하나인 하차푸리. 밀가루 반죽을 배 모양으로 만들고 그 위에 치즈를 올려서 굽고 그 위에 계란 노른자와 버터를 올린 후 치즈와 계란, 버터를 섞어서 아래의 빵과 함께 먹는 음식이 하차푸리다. 빵의 모양에 따라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것은 호떡모양으로 만든 하차푸리다. 사진을 보면 안에 치즈가 들어있다. 이것도 재료만 보면 맛이 없을 수 없는 음식이지만, 지금 먹으면 다를지 몰라도 저때는 치즈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치즈여서 막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없다. 유제품의 나라인 스위스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지 않은 치즈들이 많듯이 조지아도 마찬가지다. 저 때는 여행 초기여서 입맛이 글로벌하지 않았어서 더 먹기 힘들었던 듯하다.
내가 조지아에서 처음으로 맛 본 맛있는 음식이 이 양송이버섯 구이다. 이때가 조지아 여행을 한 지 대략 2주째인데, 이 음식이 처음으로 맛있었던 조지아 음식이다. 그 나라의 음식이 입맛에 잘 안 맞으면 이런 게 기억이 난다. 햄버거, 감자튀김이나 한식이 아닌 현지 음식이 처음으로 맛있다고 느껴질 때의 식당, 주위 분위기, 날씨. 이런 게 생각인 난다. 이 음식에는 별 거 한 게 없다. 양송이버섯기둥을 따내고 뒤집어서 소금 간을 하고 굽기. 가미나 조미를 거의 하지 않은 음식들이 입맛에 맞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건 한식인가. 고기 구워 먹을 때 버섯 구워서 물 나올 때까지 익혀서 먹는데.
이 음식도 우리 나라 사람들 입맛에 잘 맞지 않을 듯하다. 플레이팅만 보면 굉장히 맛있을 것 같지만 고수를 비롯해 향신료들을 써서 맛있지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소고기 찜류는 푹 익혀서 고기가 부드럽게 만드는데 여긴 구워서 볶는 느낌인 것 같다. 고기가 상당히 질기다. 이 음식들 외에도 맛이 없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음식이 꽤 별로인 경우가 많은데, 고기의 질이 어느 정도는 그 이유를 차지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음식점이 인기가 있어서, 사진에도 보이지만 테이블에 각국의 돈과 명함 같은 것들이 깔려있다. 음식점이 몇 개 없는 곳이긴 하지만 맛도 좋고 인기도 많아서 사람들이 와서 놓고 간 듯 하다. 어느 정도의 맛집인지 이것으로 설명이 되지 않나 싶다. 한국 돈도 있는지 찾아봤었는데, 천 원짜리가 있었나 없었나. 기억도 확실하게 나지 않는데 이걸 왜 쓰고 있나.
첫날에는 이 음식들을 먹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숙소에서 쉬었다.
음식점이 마을 가운데에 있는 공원 바로 옆에 있어서 정부 건물들이 있었다. 조지아에는 특이하게 생긴 건물들이 많다. 특히 튀르키예에 접해있는 휴양 도시인 바투미에는 특이하게 생긴 건물들이 많이 있다. 건물들 구경하러 오는 재미도 은근 있다.
공원에서 옆으로 나오면 산이 이렇게 보인다. 산은 정말 예쁘다. 아래 사진의 아래 왼쪽에 있는 기둥은 조지아의 전통 건축물이다. 외세의 침략에 마을을 지키기 위한 타워인데, 오래된 마을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사는 집 한쪽이 저런 타워가 있다. 여기에서 차를 타고 더 들어가는 우쉬굴리(Ushiguli)라는 마을은 저런 집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룬 곳에서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메스티아 정도만 돼도 저런 건물들은 많지 않은데, 역사적으로 부침을 많이 겪은 나라라 저런 타워가 집의 일부가 됐다. 저 타워에 올라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가지 않았다. 관심 있는 사람은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메스티아 버스 정류장이고 카페나 다른 숙박시설도 있는 곳이다. 기념품 가게도 있고 우리나라 리조트의 상가 같은 느낌인데 여러 가지 시설들이 다 모여있다. 사진에 가운데 벤이 마슈로카다. 짐을 지붕 위에 싣도록 루프렉이 있는데 기사님들의 짐을 싣는 실력들이 상당하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 구멍가게에서 장을 봐서 간식거리를 사들고 숙소로 들어왔다. 아까 언급했듯이 마을이 계곡처럼 느껴진다고 했는데, 숙소 올라가는 길이 꽤 가파르고 멀었다. 그래서 숙소 예약할 때 걸어야 할 거리와 고도차를 같이 보자고 했다. 물론 나중에도 그러진 않았다. 숙소에 테라스가 있었는데, 거기서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맥주 한 잔 하는 맛이 있었다.
여기 보이는 것이 마을의 거의 전부일 정도로 마을이 작다. 맞은편에 보이는 산에 일자로 그어진 것은 리프트다. 스키장에 타는 그 리프트. 여기가 산이 높고 경사가 좀 있고 고도가 좀 있는 편이다. 해발 고도가 약 1500미터다. 그래서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이 마을이 스키장이 된다고 한다. 겨울에 스키 타러도 많이 온다고 하고 가격도 저렴하단다. 기회가 되면 한 번은 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숙소에서 나가서 바로 타는 스키라. 근데 나는 스키를 탈 줄 모른다. 마지막으로 파노라마 사진의 왼편에, 구름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설산 봉우리를 보고 이 포스팅을 마무리해야겠다.
이때만 해도 설산이 참 신기하고 좋았는데, 다음 포스팅에서 등산한 이야기를 하겠다. 마무리가 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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