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세계여행

딩가딩가로아네 2023. 4. 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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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세계여행이지 장기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주위에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로 장기여행이라고 정정해서 이야기한다. 모든 대륙을 다 가본 것은 아니니까. 그냥 기간이 긴 여행. 게다가 여러 도시들을 가본 것도 아니고 한 나라 안에서도 여러 도시를 가본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멕시코, 그중에서도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에서는 거의 3달 가까지 지냈으니까. 

 

말을 거창하게 하거나, 타이틀을 붙이는 것도 싫어서 '세계여행'이라는 말도 쓰지 않고 그냥 "여행을 좀 길게 다녀왔어요." 라고 말한다. 좀 길게. 좀 많이 길게.

 

2018년 3월 14일 일본 훗카이도를 첫 도시로 여행을 시작했고, 2019년 7월 7일 타히티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 시간 동안 내내 해외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8년 멕시코를 여행할 때 지속적으로 이동하면서 한 곳에 정착을 하고 싶다는 인간 근원적인 욕구와, -해외에 있는 동안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고, 2019년 1월에 쿠바에서 여행에 대한 권태기가 오면서 -쿠바에서 오게 된 이유가 있다.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는 걸로 하겠다.- 쉬어가는 느낌으로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한 달 뒤 2월에 아르헨티나로 나오면서 남반구 여행을 시작했다. 그때에는 여행 자체에 대한 권태기도 좀 있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남미를 가보겠나.' 하는 생각에 여행을 계속했다. 뭐, 결론적으로는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자그마치(?) 4년, 5년 전 여행을 밀린 일기 쓰듯이 남길 예정이다. 그것도 시간 순서에 따른 것도 아니고 그냥 그때그때 내가 쓰고 싶은 것들로. 기억은 흐려지고 왜곡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 남기는 글들도 그것에서 비롯된 것이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별 것 아니었던 것들이 지속적인 상기로 기억이 선명해지고, 큰 사건이었지만 그 뒤로 잊혀졌거나 흐려진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사진들을 보면서 최대한 기억을 살려서 쓰겠다. 하나하나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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