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 리오 트랑킬로(Puerto Río Tranquilo) 2.
Puerto Río Tranquilo. 에스빠뇰식으로 읽으면 뿌에르또 리오 뜨랑낄로, 영어식으로 읽으면 푸에르토 리오 트랑킬로다. 이 지명의 뜻을 풀이하면, puerto는 '항구'를 뜻하고 río는 '강', tranquilo는 '조용하다.'를 뜻한다. '조용하게 강이 흐르는 항구' 정도가 되겠다.
지명을 풀이하면 은근히 재미있다. 미국의 Los Angeles는 '천사들'을 뜻하고-미국이지만 에스빠뇰 지명이고, 에스빠뇰식으로 읽으면 로스 앙헬레스다.-, Las Vegas는 '초원'이나 '비옥한 평야'를 뜻하고-여기는 영어로도 에스빠뇰로도 라스 베가스다.-, 중미에 위치한 Puerto Rico는, puerto는 항구를 뜻하고 rico는 '예쁜' 또는 '풍요로운'을 뜻한다. 그래서 풀어쓰면 푸에르토 리코는 풍요로운 항구, 예쁜 항구다.
뿌에르또 리오 뜨랑낄로는 내가 갔을 때에는 지명과는 다르게 매우 시끄러웠다. 비가 계속 오고 바람도 엄청나게 불어서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파도가 엄청나게 쳤다.
비가 왔다가 그쳤다가 반복해서 구름은 걷히질 않았고, 바람은 엄청나게 불어대서 호숫가가 바닷가처럼 파도가 쳤다.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든 정도였는데,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다. 멀리 보이는 설산에 눈이 녹으면서 생기는 경계선이 지평선을 이루듯이 선을 긋고 있는 것도 예뻤고, 구름 사이사이로 보이는 산과 하늘이 예뻤고, 비가 내려 촉촉해진 공기는 폐 안쪽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서 온몸이 맑은 공기로 정화되는 느낌이 좋았다. 한국에서는 느끼기 힘든 느낌.
두 번째 날에도 투어를 하긴 힘든 날씨였다. 그래서 하루 종일 마을 구경하고 돌아다니면서 날씨가 어떻게 바뀌나 지켜봤다.
여기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동물 친구들이 많았다. 강아지며 고양이이며 다들 하나같이 순둥순둥한게 너무 예뻤다. 고양이들도 개냥이 마냥 처음 보는 우리들을 경계하지도 않고 다가와서 냄새 맡고 몸을 부비댄다.
숙소에서 고양이 한 친구가 반겨줘서 인사하고 나오니 산에 구름이 엄청 예쁘게 걸렸다. 산이 얼마나 높은지 구름이 중간에 경계를 만들었고, 그 위로는 설산이, 그 위로도 구름이 또 있다. 정말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이었다.
풍경들을 감상하면서 내려오니 저 멀리 호수가 보인다. 호수 위로는 구름이 조금 걷혔는지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 호수는 그 햇빛을 받아서 에메랄드 색을 띠고 있다. 탁 트인 전망과 맑은 공기가 만들어 내는 장관이다.
숙소에서 나와서 본 산이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이 좀 걷히고 구름이 있던 데는 또 구름이 더 생기면서 풍경이 또 바뀌었다.
돌아다니다가 공원을 만났다. 공원에 있는 배 나무조각상이랑 뒤의 산이 너무 예쁘다.
걸어 다니면서 호숫가에도 나와봤다. 날씨가 좋으면 정말 예쁘겠구나 싶었다.
마을에 버스 정류장이 하나 있는데, 보통의 버스 정류장처럼 생기지 않고 작은 집처럼 생겼다. 그냥 보면 버스 정류장인지 모를 정도다.
버스를 타고 다시 꼬이아이께(Coyhaique)로 가야 하니까 버스 시간표를 찍어놨다.
설명을 하자면, 가장 위에 있는 종이는 Marga Taqsa라는 버스 회사 시간표다. Desde는 '~로부터'라는 뜻으로 영어로 하면 'from'이고, hasta는 '~로'라는 뜻이고 영어로 하면 'to'다. 이 회사는 Los Antiguos와 Chile Chico를 왕복하는 버스를 운영한다. Lunes는 월요일, Viernes는 금요일, Sabado는 토요일이다. HRS는 horas의 약어로 시간을 의미한다. Marga Taqsa는 평일에는 하루 3편이 왕복하고, 토요일에는 2편, 일요일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그 아래 왼쪽 위는 Tranquilo에서 Cochrane로 가는 버스가 오후 1시 45분에 있다는 말이다.
왼쪽 제일 아래는 Acuario 13 버스의 운행시간을 알려준다. Tranquilo에서 Coyhaique로 가는 버스가 Martes(화요일)부터 Jueves(목요일)까지 그리고 Sabado(토요일) 아침 9시 정도에 출발하고 티켓 가격은 10,000 칠레 페소다. 그리고 Viernes(금요일)과 Domingo(일요일)은 오후 1시 반에 출발한다. 그 아래 써진 설명은 티켓 결제는 은행 계좌이체로도 가능하다는 말이고, 연락처와 계좌번호로 보이는 번호도 쓰여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른쪽 아래는 Don Carlos라는 버스 회사의 시간표다. Intinerarios는 여정, 버스의 운행을 이야기한다. Coyhaique에서 Cochrane로 가는 것은 Lunes(월요일)부터 Sabado(토요일)까지 운행하고 Hora de salida(출발시각)은 오전 9시 30분이다. 반대로 Cochrane에서 Coyhaique로 가는 것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행하고 출발시각은 오전 7시다. 그 아래에 손으로 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지만 Río Tranquilo에서 Coyhaique로 가는 버스는 오전 8시 반에 있다. 그 아래에도 어떤 글씨가 프린팅 되어있는데 색이 바래서 잘 보이지 않는다.
요일이 나왔으니 에스빠뇰로 요일을 적어야겠다. Lunes는 월요일, Martes는 화요일, Miércoles는 수요일, Jueves는 목요일, Viernes는 금요일, Sábado는 토요일, Domingo는 일요일이다. 나중에 스페인어권 지역을 여행한다면 알아두자. 적어도 한 번쯤은 쓸 일이 있을 것이다.
버스 시간표도 알았으니 출출해서 간식으로 마을 호숫가에 있는 주유소에서 핫도그를 사 먹었다.
핫도그를 사면 소스는 알아서 뿌려먹는 형식이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같이 먹으면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더군다나 이런 뷰와 함께라면 더 꿀맛. 다른 데에서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핫도그 위에 뿌린 소스들 중에 초록색이 아보카도소스였다. 이런 핫도그나 햄버거를 잘 먹는 편이 아니었어서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소스들 다 같이 뿌려먹으면 맛있는 건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호수를 더 안 보고 그냥 들어가기 좀 아쉬워 다시 한번 더 호수 구경. 마을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매서웠던 날씨를 아쉬워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가 들어가면서는 날씨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서 내일을 기대해 본다.
숙소 앞에서는 날씨가 좋아져서,
이런 파노라마 사진도 남겼다. 내일이 기대된다.